[대왕 너겟]흥국생명이 흔들어버린 금융 시장

구독자님, 요즘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많잖아요. 그 영향으로,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기업들도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고요. 그런데 채권시장이 또 한 번 휘청였어요. 이번에는 흥국생명이 “신종자본채권 콜옵션, 행사 미룰 거야!”라고 외쳤기 때문. 


잠시만, 하나씩 설명해 주면 안 될까?

어려운 말이 한꺼번에 나와서 머리가 지끈했을 거예요.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면서 이해해 봐요.

  • 채권이 뭐였더라?: 돈을 빌려준 사람이 나중에 돈 받을 권리를 적은 문서라고 보면 돼요. 돈을 얼마나 빌려줬고, 이자는 얼마나 줄 건지 하나하나 적어둔 거예요. A기업이 “10년 동안 100억 원을 빌려줘! 1년에 이자도 5%씩 줄게”라고 적고 B기관에 채권을 팔면요. B기관은 1년에 이자를 5%씩 꼬박꼬박 받고, 10년이 지나면 빌려줬던 100억 원도 다시 돌려받아요. 그전에 돈이 필요하다면, 주식처럼 사고팔기도 하고요. 

  • 흥국생명도 채권을 판 거구나?: 맞아요. 흥국생명은 지난해까지 자산 기준으론 업계에서 8번째 정도 하는 생명보험회사예요. 이런 흥국생명이 5억 달러(약 7천억 원)를 30년 동안 빌리면서, 이자를 1년에 4.475% 주겠다고 약속하고 채권을 내놓은 거예요.

  • 신종자본채권은 어떤 채권인데?: 특별한 조건이 붙어있는 채권이에요. 돈을 빌린 지 5년이 지나면, 이자가 쑥 늘어나거든요. 5년이 지난 뒤로는 해마다 내야 하는 이자가 약 4.5%에서 약 6.7~6.75%로 올라요.

  • 마지막으로 🤦, 콜옵션은?: 빌렸던 돈을 약속한 기간보다 일찍 갚는 거예요. 흥국생명은 30년 동안 돈을 빌렸는데, 오는 9일이 딱 5년 되는 날이에요. 사람들은 이날 흥국생명이 당연히 콜옵션을 행사할 거라고 봤고요. 근데 지난 1일, 흥국생명이 “콜옵션 행사하려는 거, 좀 늦추겠어!”라고 한 거죠. 빌린 5억 달러를 일찍 갚지 않겠다고 한 것.